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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줄게>

강형민 2023. 3. 4. 15:59

대학원에 다닐 때 독서실 알바를 한 적이 있습니다. 공부도 하고 돈도 벌고 일석 이조겠구나 생각하고 덥석 잡은 알반데, 대낮에 아무도 없는 독서실에 혼자 몇 시간씩 앉아 있는 건 생각보다 좀 무서웠습니다.

공부도 안 되고 신경도 예민해지는 것 같아,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인터넷 카페들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던 중 당시 대유행이던 <반지의 제왕> 카페에 들어가보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방이 있는데 그중에 <팬픽>이라는 방이 있더군요. 팬픽이 뭔지도 모르고 들어가보니, 반지의 제왕 내용으로 바탕으로 외전(?)같은 걸 쓰는 방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한 번 써보았습니다. 반지의 제왕 광팬이어서  한국에 존재하는 모든 번역본을 다 보았던 터라 내용은 좔좔 꿰고 있었지요.

책에 생략된 부분을 제가 상상해서 끼워넣기 식으로 써보았습니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습니다. 다들 톨킨이 쓴 걸 제가 번역한 건 줄  알고 어디 가면 볼 수 있느냐고 묻더군요.

그냥 제가 상상한 걸 썼다고 했더니 그다음부터는 고정 팬들이 생기고 메일을 주고받으며 한 열 편 정도를 더 썼습니다.

그런데 독서실 알바를 그만두고 논문준비로 바빠 한 몇 년 들어가보지 않은 그 카페는 어느덧 휴면 카페로 전환되어 버리고 제가 쓴 글도 다 볼 수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당시만 해도 저장의 개념이 없었던지라,(그리고 독서실 컴에 저장하기엔 눈치가 보였습니다.) 제 글이 다 날아가자 너무나 속상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2021년, 코로나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면서 웹소설이라는 세계를 알게 되었습니다.

독자와 작가의 개념보다는 제가 쓴 글을 네이버라는 큰 사이트 안에 저장해 놓을 수 있다는 개념이 강했습니다. 네이버는 쉽게 휴면 되지 않을 테니까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즉흥적으로 대학생들의 사랑 이야기를 조금씩 조금씩 써서 올렸습니다. 구독자수, 조회수, 댓글, 이런 것도 모르고 정말 열심히 '저장'을 했습니다.

글 쓰는 것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에 시간 있을 때마다 틈틈히 써서 저장하던 어느날 제 글에 댓글이 달린 걸 보았습니다.

제 글을 읽는 분이 있다는 게 얼마나 신기하던지요.

너무나 감사한데, 그 분께 어떻게 답변을 해야 하는 건지 몰라서 몹시  안타까웠습니다.

그분 댓글 덕분에 삼사일에 한 번씩 쓰던 소설을 이삼일에 한 번씩 써서 올리고, 나중엔 매일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99편까지 저장했는데, 어느날 제 글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너무 놀라 여기저기 들어가보았던 게 생각납니다. 그때만 해도 내 작품 찾고 이런 걸 몰랐던 터라 정말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네이버는 휴면이 안 되도 맘대로 글을 없애버릴 수는 있구나 하고 배신감에 치를 떨다가, 베스트리그라는 곳에 제 글이 있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 베스트리그 오면 뭐가 좋은지 독자님들께 댓글로 물어봤던 게 생각납니다. 네이버에서 안내 메일을 보내주는데 저는 그때 네이버 메일을 사용하지 않을 때라, 챌린지리그와 베스트리그의 차이점을 잘 몰랐습니다.

어쨌든 글이 없어지지 않은 것에 감사하며 다시 열심히 써서 올렸습니다. 베스트리그로 가니, 독자님들이 더 많이 보시는 것 같았습니다.

얼마나 기쁘고, 한편으론 책임감도 생기던지요. 정말 독자님들이 작가를 키우셨답니다.  

그때 쓴 작품이 <기다려줄게>입니다. ^^


딸이 그린 그림입니다. 저작권 있으니 퍼가시면 안 된답니다. 근데 제가 딸 블로그에서 퍼왔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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